국내 조선 3사 2분기 호실적 냈지만…“미국에서 배 만들라” 러트윅 숙제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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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7-30 02:52본문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2분기 매출과 수익성 모두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수익 선종 수주에 집중한 결과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평가 기준으로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 수’를 제시하면서 조선 3사는 사업을 확장할 기회와 동시에 미국 정부의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29일 올해 2분기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2.7%, 영업이익은 120.6% 증가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매출 5조4332억원, 영업이익 736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65.2%, 영업이익은 98.0% 올랐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3조2307억원, 영업이익 325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20.4%, 영업이익은 58.7% 올랐다. 조선 3사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2조7062억원에 달한다.
조선 3사는 호실적 배경으로 LNG와 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를 공통으로 꼽았다. 건조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고환율 효과도 봤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주요 항로 통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운송 거리가 멀어져 ‘배차 간격’을 맞추기 위해 역설적으로 선박이 더 많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도 조선 3사엔 기회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통상부와 국내 조선 업체는 개소식에서 공급망 협력 등 4개 분야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조선 3사는 풀어야 할 숙제도 받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개소식에서 “우리는 센터가 얼마나 많은 회의와 칵테일 파티를 열었는지, 얼마나 많은 MOU에 서명했는지가 아닌 양국이 함께 미국에서 선박을 몇 척 만들었는지라는 단순한 숫자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직접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앞으로 50억달러(7조2365억원)를 투자하고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실적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참여를 확정했고, 지난 17일엔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계약을 따냈다. MRIV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구축에 활용된다.
미국 조선소를 보유하지 않은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대응에 나섰다. HD현대는 지난해 미국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ECO는 미국에서 5개 상선 건조 야드를 보유한 조선 그룹사다. 2028년까지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으로 건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구매 대행 등을 제공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건조 이력이 많은 나스코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 조선소를 보유하지 못한 업체는 현지 기업과 접점을 늘리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찾은 경기도의 한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날파리가 꼬이는 폐기물 더미가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선별원들은 쉴 새 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골라내 바닥에 마련된 선별 투입구로 던져 넣었다. 작업을 시작한지 40분만에 선별장 공기가 후덥지근하게 달아올랐다.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도 선별원들의 목덜미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이들의 손을 거쳐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이곳에서만 하루 평균 13t, 선별률은 50%에 달한다. 선별장은 기후위기 저감을 위한 자원 순환과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시설이다. 정작 이곳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 가혹해진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선별장은 구조상 야외와 다름없다. 1층 야외 반입장에서 2층 선별장으로 통하는 바닥 투입구를 타고 외부 열기가 그대로 올라온다. 악취와 분진을 빼내려 문을 열어두는 데다, 철판 바닥까지 기계 열을 받아 가마솥처럼 달아오르니 에어컨과 선풍기는 별 효과가 없다.
이 현장을 책임지는 건 중년 여성들이다. 선별원 15명 중 14명이 5060 여성(이주노동자 2명 포함)이다. 전국으로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4년 여성환경연대 조사에 따르면 공공자원회수센터 선별원 중 여성이 94.8%로, 평균 나이는 55.2세였다. 대부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기도 하다. 이곳 선별원들도 폐업한 마트와 교습소, 식당 등 전 직장이 다양했다.
갱년기를 겪는 5060 여성 노동자에게 선별장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온열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4년 차 선별원 최모씨(48) 역시 “같이 일하다 보면 갱년기가 겹쳐 유독 더워하거나 뻐근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퇴행성 관절염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별원 조모씨(54)는 마디마디가 휘고 부은 손가락을 내보이며 “2년 반 만에 이렇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더위는 그저 견디고 버텨야 하는 일이다. 동물 사체부터 깨진 유리, 뾰족한 꼬치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안전모와 마스크, 토시에 서너 겹의 장갑까지 끼고 ‘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안전모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다 어지러움을 느껴 작업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했다. 14년차 선별원이자 이주노동 여성인 A씨(48)는 “원래는 방진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숨이 막혀 KF94마스크 마스크를 쓴다”며 맞장구를 쳤다.
꽁꽁 싸매도 위험과 악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땀으로 끈적해진 목덜미와 팔엔 유리가루가 달라붙고 벌레가 달려든다. 손가락 습진이나 벌레로 인한 피부염은 부지기수다. 올해로 9년 차 선별원인 구모씨(64)는 “일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씻고 나오면 바닥에 유리 조각이 막 뿌려져 있다”고 했다.
A씨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를 언급했다. 그는 “빙초산 병이 깨진 채로 올라올 때가 가장 힘들다”며 손가락을 코에 가져댔다. 그러자 조씨가 “쉬는 시간마다 손을 씻어 손가락이 쭈글해지기도 한다”며 “그래도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예민한 날엔 자기 전까지 손가락 냄새를 맡아본다”고 했다.
이들의 노동은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돼 임금 역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안전 기준도 수집·운반 노동자에게만 한정되어 있어 선별원들은 법적 보호막조차 없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팀장은 “기후위기로 매년 만연해지는 폭염이나 나쁜 공기 때문에 호흡기와 신체가 계속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것 또한 분명한 위험”이라며 “환기·냉난방 설비만 보강해도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사실상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 김제 금산면 용화마을 경로당 앞에 지난 20일 대형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보행보조기(실버카)를 밀고 온 어르신들이 한 명씩 차례로 버스에 올라탔다.
30도를 웃도는 바깥 열기와 달리 버스 내부는 쾌적했다. 어르신들 교육용으로 가져온 꽃의 향기가 버스 내부에 퍼졌다. 금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김제시는 2023년 전국 최초로 체험형 이동학습 공간 ‘달리는 모두 배움터’를 시작했다. 버스가 교육 공간이 되는 형태다. 이날 버스는 작은 원예교실로 변했다.
양쪽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접이식 작업대에는 화분과 꽃, 배양토, 굵은 모래가 가지런히 놓였다. 어르신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옮겨 심었다.
“과한 습도를 막으려면 먼저 굵은 모래를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위에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심으면 돼요.” 강사의 설명에 맞춰 주민들의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최고령자인 송영순 어르신(93)은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았는데, 이런 걸 내 손으로 만들어볼 줄은 몰랐다”며 “읍내 교육장에 가려면 차편부터 걱정이었는데 교육 버스가 마을 앞으로 오니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학습과 거리가 멀었던 윤점용·이영숙씨 부부도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도 시내까지 나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버스가 마을로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농촌에서 배움은 사실 이동권 문제에 가깝다.
교육부의 ‘2025년 평생교육통계 및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를 보면, 농촌 주민이 평생교육 시설까지 이동하는 평균 거리는 15.2㎞로 도시(3.8㎞)의 4배에 달한다. 운영 프로그램은 도시보다 2.9배 적고, 참여율도 10.3%포인트 낮다.
교육 시설은 부족하고 버스 노선마저 줄면서 농어촌 고령 주민들에게 읍내에 있는 평생학습관은 닿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것이다.
김제시는 ‘찾아가는 교실’에서 해답을 찾았다. 교육 공간이 마을을 순회해 주민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지역의 사회적기업인 ‘선한나무’가 보유한 버스를 교육용으로 개조하고, 강사 은행제에 등록된 지역 강사를 연계했다. 버스에 탈 수 있는 인원은 한 번에 15명 안팎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달리는 모두 배움터의 올해 상반기 예산은 4900만원이다. 기존에 보유한 버스와 지역 강사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상반기에만 50개 마을을 찾아 주민 750명에게 수업 기회를 제공했다.
박은실 강사는 “요양보호사 부축을 받으면서까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도 있다”며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교육은 언제 열리느냐’고 물으실 만큼 배움 열의가 크다”고 말했다.
수업이 인기를 끌면서 버스 한 대로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번 찾은 마을을 다시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김제시는 하반기 운영을 확대해 더 많은 마을 주민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은혜 김제시 교육가족과 주무관은 “교육 시설 접근이 어려운 읍면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배움이 먼저 찾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29일 올해 2분기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2.7%, 영업이익은 120.6% 증가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매출 5조4332억원, 영업이익 736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65.2%, 영업이익은 98.0% 올랐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3조2307억원, 영업이익 325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20.4%, 영업이익은 58.7% 올랐다. 조선 3사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2조7062억원에 달한다.
조선 3사는 호실적 배경으로 LNG와 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를 공통으로 꼽았다. 건조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고환율 효과도 봤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주요 항로 통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운송 거리가 멀어져 ‘배차 간격’을 맞추기 위해 역설적으로 선박이 더 많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도 조선 3사엔 기회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통상부와 국내 조선 업체는 개소식에서 공급망 협력 등 4개 분야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조선 3사는 풀어야 할 숙제도 받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개소식에서 “우리는 센터가 얼마나 많은 회의와 칵테일 파티를 열었는지, 얼마나 많은 MOU에 서명했는지가 아닌 양국이 함께 미국에서 선박을 몇 척 만들었는지라는 단순한 숫자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직접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앞으로 50억달러(7조2365억원)를 투자하고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실적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참여를 확정했고, 지난 17일엔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계약을 따냈다. MRIV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구축에 활용된다.
미국 조선소를 보유하지 않은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대응에 나섰다. HD현대는 지난해 미국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ECO는 미국에서 5개 상선 건조 야드를 보유한 조선 그룹사다. 2028년까지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으로 건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구매 대행 등을 제공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건조 이력이 많은 나스코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 조선소를 보유하지 못한 업체는 현지 기업과 접점을 늘리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찾은 경기도의 한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날파리가 꼬이는 폐기물 더미가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선별원들은 쉴 새 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골라내 바닥에 마련된 선별 투입구로 던져 넣었다. 작업을 시작한지 40분만에 선별장 공기가 후덥지근하게 달아올랐다.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도 선별원들의 목덜미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이들의 손을 거쳐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이곳에서만 하루 평균 13t, 선별률은 50%에 달한다. 선별장은 기후위기 저감을 위한 자원 순환과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시설이다. 정작 이곳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 가혹해진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선별장은 구조상 야외와 다름없다. 1층 야외 반입장에서 2층 선별장으로 통하는 바닥 투입구를 타고 외부 열기가 그대로 올라온다. 악취와 분진을 빼내려 문을 열어두는 데다, 철판 바닥까지 기계 열을 받아 가마솥처럼 달아오르니 에어컨과 선풍기는 별 효과가 없다.
이 현장을 책임지는 건 중년 여성들이다. 선별원 15명 중 14명이 5060 여성(이주노동자 2명 포함)이다. 전국으로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4년 여성환경연대 조사에 따르면 공공자원회수센터 선별원 중 여성이 94.8%로, 평균 나이는 55.2세였다. 대부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기도 하다. 이곳 선별원들도 폐업한 마트와 교습소, 식당 등 전 직장이 다양했다.
갱년기를 겪는 5060 여성 노동자에게 선별장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온열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4년 차 선별원 최모씨(48) 역시 “같이 일하다 보면 갱년기가 겹쳐 유독 더워하거나 뻐근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퇴행성 관절염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별원 조모씨(54)는 마디마디가 휘고 부은 손가락을 내보이며 “2년 반 만에 이렇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더위는 그저 견디고 버텨야 하는 일이다. 동물 사체부터 깨진 유리, 뾰족한 꼬치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안전모와 마스크, 토시에 서너 겹의 장갑까지 끼고 ‘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안전모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다 어지러움을 느껴 작업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했다. 14년차 선별원이자 이주노동 여성인 A씨(48)는 “원래는 방진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숨이 막혀 KF94마스크 마스크를 쓴다”며 맞장구를 쳤다.
꽁꽁 싸매도 위험과 악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땀으로 끈적해진 목덜미와 팔엔 유리가루가 달라붙고 벌레가 달려든다. 손가락 습진이나 벌레로 인한 피부염은 부지기수다. 올해로 9년 차 선별원인 구모씨(64)는 “일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씻고 나오면 바닥에 유리 조각이 막 뿌려져 있다”고 했다.
A씨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를 언급했다. 그는 “빙초산 병이 깨진 채로 올라올 때가 가장 힘들다”며 손가락을 코에 가져댔다. 그러자 조씨가 “쉬는 시간마다 손을 씻어 손가락이 쭈글해지기도 한다”며 “그래도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예민한 날엔 자기 전까지 손가락 냄새를 맡아본다”고 했다.
이들의 노동은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돼 임금 역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안전 기준도 수집·운반 노동자에게만 한정되어 있어 선별원들은 법적 보호막조차 없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팀장은 “기후위기로 매년 만연해지는 폭염이나 나쁜 공기 때문에 호흡기와 신체가 계속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것 또한 분명한 위험”이라며 “환기·냉난방 설비만 보강해도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사실상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 김제 금산면 용화마을 경로당 앞에 지난 20일 대형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보행보조기(실버카)를 밀고 온 어르신들이 한 명씩 차례로 버스에 올라탔다.
30도를 웃도는 바깥 열기와 달리 버스 내부는 쾌적했다. 어르신들 교육용으로 가져온 꽃의 향기가 버스 내부에 퍼졌다. 금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김제시는 2023년 전국 최초로 체험형 이동학습 공간 ‘달리는 모두 배움터’를 시작했다. 버스가 교육 공간이 되는 형태다. 이날 버스는 작은 원예교실로 변했다.
양쪽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접이식 작업대에는 화분과 꽃, 배양토, 굵은 모래가 가지런히 놓였다. 어르신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옮겨 심었다.
“과한 습도를 막으려면 먼저 굵은 모래를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위에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심으면 돼요.” 강사의 설명에 맞춰 주민들의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최고령자인 송영순 어르신(93)은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았는데, 이런 걸 내 손으로 만들어볼 줄은 몰랐다”며 “읍내 교육장에 가려면 차편부터 걱정이었는데 교육 버스가 마을 앞으로 오니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학습과 거리가 멀었던 윤점용·이영숙씨 부부도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도 시내까지 나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버스가 마을로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농촌에서 배움은 사실 이동권 문제에 가깝다.
교육부의 ‘2025년 평생교육통계 및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를 보면, 농촌 주민이 평생교육 시설까지 이동하는 평균 거리는 15.2㎞로 도시(3.8㎞)의 4배에 달한다. 운영 프로그램은 도시보다 2.9배 적고, 참여율도 10.3%포인트 낮다.
교육 시설은 부족하고 버스 노선마저 줄면서 농어촌 고령 주민들에게 읍내에 있는 평생학습관은 닿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것이다.
김제시는 ‘찾아가는 교실’에서 해답을 찾았다. 교육 공간이 마을을 순회해 주민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지역의 사회적기업인 ‘선한나무’가 보유한 버스를 교육용으로 개조하고, 강사 은행제에 등록된 지역 강사를 연계했다. 버스에 탈 수 있는 인원은 한 번에 15명 안팎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달리는 모두 배움터의 올해 상반기 예산은 4900만원이다. 기존에 보유한 버스와 지역 강사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상반기에만 50개 마을을 찾아 주민 750명에게 수업 기회를 제공했다.
박은실 강사는 “요양보호사 부축을 받으면서까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도 있다”며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교육은 언제 열리느냐’고 물으실 만큼 배움 열의가 크다”고 말했다.
수업이 인기를 끌면서 버스 한 대로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번 찾은 마을을 다시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김제시는 하반기 운영을 확대해 더 많은 마을 주민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은혜 김제시 교육가족과 주무관은 “교육 시설 접근이 어려운 읍면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배움이 먼저 찾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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