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리플레이]‘올공 시위’라는 악성 민원인으로 완성된 이수지의 악성 민원 풍자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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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7-24 08:37본문
가끔 어떤 콘텐츠가 재현하고자 했던 세계는 그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통해 완성된다. 지난 14일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왔던 ‘공무원 김지영 씨의 철밥통 지키기’ 에피소드에선 임용 1년 차 신입 공무원이 접하는 극성 민원인을 묘사하는 중에 “재선거”라는 효과음을 삽입했다. 6월 초부터 서울 올림픽공원에 모여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이하 ‘올공 시위’)의 목소리였다. 시위대 혹은 그에 동조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시위를 악성 민원으로 묘사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핫이슈지’ 측은 하루 만에 해당 부분을 편집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실 어떤 의미로도 해당 순간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만약 ‘올공 시위’를 풍자하고 싶었더라면 그것이 갖는 정치적 모순 혹은 허구성을 정교하게 타격했어야지, 그저 공무원이 접하는 수많은 진상 민원 중 하나로 별 맥락 없이 끼워 넣는 건 너무 안일한 접근이었다. 제작진에게 제대로 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건 “특정 사안이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채 장면을 사용한 것은 제작진의 부족한 판단”이었다는 사과문만 봐도 알 만하다. 그러니 문제가 된 장면은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못 만든 코미디가 맞다. 하지만 이수지에게 항의하고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여전히 스레드를 중심으로 이수지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 중인 ‘올공 시위’ 지지자들은 그 행위를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악성 민원인이자 진상 고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중이다.
애초에 ‘올공 시위’는 다분히 소비자 운동의 성격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6월 시사in 기사에서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 집회는 차라리 일종의 소비자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하자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로서의 권리가 훼손됐으니 일단 물어내라는 요구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라 진단했다. 소비자 정체성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이들에게 불만족은 구조의 개선이나 개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오직 반품·환불·별점 테러로 해소하는 것이 된다. ‘올공 시위’가 자신들의 명분을 위해 ‘참정권’이라는 개념을 선점하면서도 그 참정권이란 단어의 의미가 작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사회 계약의 원리 안에서 정치적 저항의 언어를 구성하는 대신, 이번 이수지 콘텐츠에서 논란이 된 ‘재선거’라는 구호만 외치는 것은 딱 이런 수준이다. 이미 투표용지 부족이 서울시장 선거 결과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수많은 근거가 있음에도 재개표도, 투표가 중단됐던 투표소에서만의 제한적 재투표도 아닌 전면적 재선거를 외치는 건 그냥 이것저것 물어내라는 요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부 시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한 건 사실이며 이에 대한 비판과 참정권에 대한 관심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생산적 담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올공 시위’가 장애인 유권자의 실질적 참정권 훼손으로 이어지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나 배송 노동자들의 투표일 근무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전선을 확장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참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였던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논리적 모순은 어떤가. 그들에게 참정권이란, 투표용지 부족=참정권 훼손=민주주의 훼손=민주당 정권 독재, 라는 논리 점프를 위한 편의적인 디딤돌일 뿐이다. 이 허술한 세계관에서 정부는 하자 있는 물건을 나쁜 의도로 판 악성 판매자이고 ‘올공 시위’는 정의로운 소비자 운동이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들의 정치적 요구는 조금만 살펴봐도 내적 모순과 논리적 비약으로 이뤄져 있으며, 경찰을 폭행하거나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을 부정선거 세력으로 모는 그들의 행동 대부분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보다는 악성 갑질에 가깝다. 이들을 이수지 영상 속에 등장해 “내가 세금을 얼마나 많이 냈는데 이것 하나 못 해주느냐”고 따지는 민원인과 다를 바 없는 블랙 컨슈머 집단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올공 시위’가 블랙 컨슈머라는 사실이 아니다(물론 큰 문제다). 웬만한 깽판을 치더라도 그것이 판매자-소비자 구도로 이해되는 한에선 상당히 쉽게 용인된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의도야 어쨌든(물론 ‘올공 시위’는 이 의도 자체를 의심한다) 하자 있는 물건을 팔았다면 모욕과 별점 테러와 길고 긴 항의 전화는 감내해야 한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나 노조의 파업 같은 정치적 운동은 그것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쉽게 폭력적이고 위법적인 것으로 규정되고 비난받는 것과 비교해, ‘올공 시위’에 대한 공권력과 언론과 사회 전반의 관용과 비호는 놀라울 정도다. 여기엔 반-민주당으로 조직된 운동에 힘을 싣는 보수 언론의 정파성 문제도 있지만, 탈정치적인 척 참정권을 침해받은 소비자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한에서 그들의 갑질은 부수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환불이나 반품 전까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주권이므로. 이수지의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격렬하고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그저 부화뇌동하는 연예 매체들이 조선일보 같은 보수 언론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 ‘올공 시위’를 정당화하는데 동원되는 건 그래서다.
이번 이수지 영상 논란을 다루는 매체 대부분의 패턴은 거의 동일하다. 이러이러한 댓글 반응이 있다며 ‘올공 시위’의 목소리를 그대로 실어준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자의 반감을 산 장면의 삭제와 제작진 사과를 필연적이고 당연한 귀결처럼 제시한다. 건조한 팩트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용의 옳고 그름에 대해선 아무 고려 없이 벌어진 일이니 벌어질 만했다는 식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통해 ‘올공 시위’ 측 의견은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당연한 게 된다. 더 나아가 스포츠서울은 “콘텐츠의 도덕적 결여를 꼬집는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은근슬쩍 ‘올공 시위’의 비판에 마치 도덕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힘을 실어주고, 스타뉴스는 “이번에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의도와 다른 해석을 낳았다”며 역시 현재 벌어지는 일은 그럴만하니 그럴만하다는 논지로 이수지를 향한 비난을 정당화한다. 텐아시아는 “사회적 갈등을 자극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순간 풍자는 웃음보다 논란을 남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짐짓 근엄하게 일침을 가하지만 정작 그 사회적 갈등의 내용이 무엇이고 대체 무엇이 오해인 것인지 그 내용은 회피한다. 이들이 ‘올공 시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화도 판매자-소비자 구도로만 접근해 소비자의 선택은 뭐가 됐든 정당하고 소비자에게 버림받는 쪽이 잘못이라고 해석한다면 언제나 승리하는 건 진상 민원인과 블랙 컨슈머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는 중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수지의 이번 공무원 에피소드의 전체 완성도와 별개로 ‘재선거’ 구호를 맥락의 구성 없이 단순히 소재로만 활용한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재선거’ 구호만 넣지 않았으면 충분히 괜찮았을 텐데 불필요하게 선을 넘은 이수지가 잘못했다는 식의 의견엔 동의하기 어렵다. 단순히 이수지가 과한 비난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번 영상이 그러하듯, 과거에 연기한 대치동 엄마나 어린이집 교사 에피소드 등이 뜨겁게 찬반이 갈리는 중에도 많은 공감을 얻은 건 그가 소비자 정체성에 침식 되어가는 사회적 관계를 잘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정작 진짜 진상 소비자의 갑질이 벌어지자 이번 풍자는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건 얼마나 비겁하고 편의적인가. ‘핫이슈지’ 제작진의 사실상 항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상에 대한 해석 투쟁이 여기서 끝나선 안 되는 건 그래서다. 이수지가 선량한 시민들의 시위를 조롱했다는 해석이 부당한 해석이라면, 이수지가 악성 민원인 때문에 영상 일부를 삭제했다는 해석은 부족한 해석이다. 더 나은 판본이 가능하다. ‘올공 시위’도, 이수지에 대한 그들의 비난을 문제의식 없이 전한 연예 매체도 미처 깨닫지 못했겠지만, 그들이 나서서 소비자 갑질의 구조적 토대를 실증하는 바람에 이번 영상이 의도치 않게 현실을 예지하는 날카로운 풍자가 되었다는 해석. 풍자 코미디를 즐긴다는 건 내 입맛에 맞냐 안 맞냐에 그치지 않고 그 안의 저항적 차원을 보존하려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야말로 소비자 정체성에 침식되지 않고 문화와 관계 맺는 방식 아닐까. 정치도 문화도 고객님으로서만 접근하는 진상 고객들은 끝끝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30년간의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최종 승인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중국·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게 됐지만,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동 핵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미국과 사우디 간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양국 에너지장관도 대통령 승인 직후 협정에 서명했다. 공식 발표는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협정은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한 이른바 ‘123협정’이다. 미국 기업이 사우디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핵 인프라 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원전 수출과 핵 인프라 구축 사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사우디는 원자력발전으로 국내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발전에 쓰던 원유를 수출로 돌려 수익을 늘릴 계획이다.
가장 큰 논란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이 공동 연구를 통해 경제성과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다만 핵심 농축 기술은 이전하지 않는 ‘블랙박스’ 방식을 적용해 사우디가 관련 기술을 직접 확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핵연료의 군사적 전용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반대할 경우 사우디는 10년 동안 다른 국가와도 자체 농축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핵비확산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 연구 결과에 따라 사우디가 자국 내에서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 미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협정보다 규제가 완화된 조치다. UAE는 IAEA 추가의정서 가입과 자국 내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포기를 약속해 ‘핵비확산의 골드 스탠더드’로 불렸다. 미국이 원자력 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사례는 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받는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이번 합의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기조와도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원전 협력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제외한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
핵확산 우려도 적지 않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사우디도 핵무기를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는 현재까지 IAEA의 강화된 사찰 체계인 추가의정서 가입도 거부하고 있다. 헨리 소콜스키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 소장은 WSJ에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을 허용받으면 UAE와 튀르키예, 이집트도 같은 권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의 핵 협정에서 조건을 완화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행정부는 미국이 사우디 핵 프로그램을 직접 관리·감시하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부시·오바마 행정부가 유지해 온 핵비확산 원칙에서 후퇴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 축소를 요구하면서 사우디에는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프로야구 경기나 대형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보행자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던 고척스카이돔 앞 교차로 등 서울 시내 교차로 5곳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생긴다.
서울시는 보행자가 멀리 돌아가거나 여러 차례 신호를 기다려야 했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연내 주요 교차로 9곳에 횡단보도를 확충한다고 21일 밝혔다.
고척스카이돔 앞 동양미래대 교차로와 청계광장 주변 모전교 남측과 북측(무교동 사거리), 구로디지털단지 하이엔드 교차로, 송파구 거여라이프아파트 교차로 등 5곳에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새로 만든다. 보행자는 신호 한 번에 원하는 방향으로 건널 수 있게 된다.
대표 사업지인 고척스카이돔 앞 교차로는 평소 학생들이 많이 오가고, 야구 경기나 대형 행사가 끝난 뒤에는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잡이 반복돼 왔다. 무교동사거리 등은 점심시간과 퇴근시간대 직장인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곳이다. 서울시는 대각선 횡단보도 신설로 횡단 대기와 불필요한 우회가 줄고, 보행 흐름도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대각선 횡단보도 확충 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후 시민들의 평균 이동 거리는 5.6m 단축됐고, ‘차 대 사람’ 교통사고는 27.3% 줄었다. 특히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의 우·좌회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행사고는 44.8% 감소했다.
대중교통 환승 수요가 많은 교차로 등 4곳에는 단절된 구간을 새로 연결해 우회해야 하는 불편을 줄인다. 노원역 교차로와 발산역 인근 강서구 그랜드마트 교차로는 기존 ‘ㄷ자형’ 보행 동선을 사방으로 건널 수 있는 ‘ㅁ자형’으로 개선한다. 동대문역 인근 청계6가 교차로와 금호중학교(옛 금호여중) 교차로 일대 역시 시민과 학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 확충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9개 대상지 횡단보도 확충 사업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시민들의 우회 보행 불편을 줄이고,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올공 시위’는 다분히 소비자 운동의 성격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6월 시사in 기사에서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 집회는 차라리 일종의 소비자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하자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로서의 권리가 훼손됐으니 일단 물어내라는 요구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라 진단했다. 소비자 정체성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이들에게 불만족은 구조의 개선이나 개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오직 반품·환불·별점 테러로 해소하는 것이 된다. ‘올공 시위’가 자신들의 명분을 위해 ‘참정권’이라는 개념을 선점하면서도 그 참정권이란 단어의 의미가 작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사회 계약의 원리 안에서 정치적 저항의 언어를 구성하는 대신, 이번 이수지 콘텐츠에서 논란이 된 ‘재선거’라는 구호만 외치는 것은 딱 이런 수준이다. 이미 투표용지 부족이 서울시장 선거 결과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수많은 근거가 있음에도 재개표도, 투표가 중단됐던 투표소에서만의 제한적 재투표도 아닌 전면적 재선거를 외치는 건 그냥 이것저것 물어내라는 요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부 시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한 건 사실이며 이에 대한 비판과 참정권에 대한 관심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생산적 담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올공 시위’가 장애인 유권자의 실질적 참정권 훼손으로 이어지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나 배송 노동자들의 투표일 근무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전선을 확장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참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였던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논리적 모순은 어떤가. 그들에게 참정권이란, 투표용지 부족=참정권 훼손=민주주의 훼손=민주당 정권 독재, 라는 논리 점프를 위한 편의적인 디딤돌일 뿐이다. 이 허술한 세계관에서 정부는 하자 있는 물건을 나쁜 의도로 판 악성 판매자이고 ‘올공 시위’는 정의로운 소비자 운동이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들의 정치적 요구는 조금만 살펴봐도 내적 모순과 논리적 비약으로 이뤄져 있으며, 경찰을 폭행하거나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을 부정선거 세력으로 모는 그들의 행동 대부분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보다는 악성 갑질에 가깝다. 이들을 이수지 영상 속에 등장해 “내가 세금을 얼마나 많이 냈는데 이것 하나 못 해주느냐”고 따지는 민원인과 다를 바 없는 블랙 컨슈머 집단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올공 시위’가 블랙 컨슈머라는 사실이 아니다(물론 큰 문제다). 웬만한 깽판을 치더라도 그것이 판매자-소비자 구도로 이해되는 한에선 상당히 쉽게 용인된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의도야 어쨌든(물론 ‘올공 시위’는 이 의도 자체를 의심한다) 하자 있는 물건을 팔았다면 모욕과 별점 테러와 길고 긴 항의 전화는 감내해야 한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나 노조의 파업 같은 정치적 운동은 그것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쉽게 폭력적이고 위법적인 것으로 규정되고 비난받는 것과 비교해, ‘올공 시위’에 대한 공권력과 언론과 사회 전반의 관용과 비호는 놀라울 정도다. 여기엔 반-민주당으로 조직된 운동에 힘을 싣는 보수 언론의 정파성 문제도 있지만, 탈정치적인 척 참정권을 침해받은 소비자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한에서 그들의 갑질은 부수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환불이나 반품 전까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주권이므로. 이수지의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격렬하고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그저 부화뇌동하는 연예 매체들이 조선일보 같은 보수 언론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 ‘올공 시위’를 정당화하는데 동원되는 건 그래서다.
이번 이수지 영상 논란을 다루는 매체 대부분의 패턴은 거의 동일하다. 이러이러한 댓글 반응이 있다며 ‘올공 시위’의 목소리를 그대로 실어준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자의 반감을 산 장면의 삭제와 제작진 사과를 필연적이고 당연한 귀결처럼 제시한다. 건조한 팩트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용의 옳고 그름에 대해선 아무 고려 없이 벌어진 일이니 벌어질 만했다는 식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통해 ‘올공 시위’ 측 의견은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당연한 게 된다. 더 나아가 스포츠서울은 “콘텐츠의 도덕적 결여를 꼬집는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은근슬쩍 ‘올공 시위’의 비판에 마치 도덕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힘을 실어주고, 스타뉴스는 “이번에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의도와 다른 해석을 낳았다”며 역시 현재 벌어지는 일은 그럴만하니 그럴만하다는 논지로 이수지를 향한 비난을 정당화한다. 텐아시아는 “사회적 갈등을 자극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순간 풍자는 웃음보다 논란을 남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짐짓 근엄하게 일침을 가하지만 정작 그 사회적 갈등의 내용이 무엇이고 대체 무엇이 오해인 것인지 그 내용은 회피한다. 이들이 ‘올공 시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화도 판매자-소비자 구도로만 접근해 소비자의 선택은 뭐가 됐든 정당하고 소비자에게 버림받는 쪽이 잘못이라고 해석한다면 언제나 승리하는 건 진상 민원인과 블랙 컨슈머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는 중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수지의 이번 공무원 에피소드의 전체 완성도와 별개로 ‘재선거’ 구호를 맥락의 구성 없이 단순히 소재로만 활용한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재선거’ 구호만 넣지 않았으면 충분히 괜찮았을 텐데 불필요하게 선을 넘은 이수지가 잘못했다는 식의 의견엔 동의하기 어렵다. 단순히 이수지가 과한 비난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번 영상이 그러하듯, 과거에 연기한 대치동 엄마나 어린이집 교사 에피소드 등이 뜨겁게 찬반이 갈리는 중에도 많은 공감을 얻은 건 그가 소비자 정체성에 침식 되어가는 사회적 관계를 잘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정작 진짜 진상 소비자의 갑질이 벌어지자 이번 풍자는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건 얼마나 비겁하고 편의적인가. ‘핫이슈지’ 제작진의 사실상 항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상에 대한 해석 투쟁이 여기서 끝나선 안 되는 건 그래서다. 이수지가 선량한 시민들의 시위를 조롱했다는 해석이 부당한 해석이라면, 이수지가 악성 민원인 때문에 영상 일부를 삭제했다는 해석은 부족한 해석이다. 더 나은 판본이 가능하다. ‘올공 시위’도, 이수지에 대한 그들의 비난을 문제의식 없이 전한 연예 매체도 미처 깨닫지 못했겠지만, 그들이 나서서 소비자 갑질의 구조적 토대를 실증하는 바람에 이번 영상이 의도치 않게 현실을 예지하는 날카로운 풍자가 되었다는 해석. 풍자 코미디를 즐긴다는 건 내 입맛에 맞냐 안 맞냐에 그치지 않고 그 안의 저항적 차원을 보존하려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야말로 소비자 정체성에 침식되지 않고 문화와 관계 맺는 방식 아닐까. 정치도 문화도 고객님으로서만 접근하는 진상 고객들은 끝끝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30년간의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최종 승인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중국·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게 됐지만,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동 핵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미국과 사우디 간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양국 에너지장관도 대통령 승인 직후 협정에 서명했다. 공식 발표는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협정은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한 이른바 ‘123협정’이다. 미국 기업이 사우디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핵 인프라 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원전 수출과 핵 인프라 구축 사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사우디는 원자력발전으로 국내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발전에 쓰던 원유를 수출로 돌려 수익을 늘릴 계획이다.
가장 큰 논란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이 공동 연구를 통해 경제성과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다만 핵심 농축 기술은 이전하지 않는 ‘블랙박스’ 방식을 적용해 사우디가 관련 기술을 직접 확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핵연료의 군사적 전용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반대할 경우 사우디는 10년 동안 다른 국가와도 자체 농축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핵비확산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 연구 결과에 따라 사우디가 자국 내에서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 미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협정보다 규제가 완화된 조치다. UAE는 IAEA 추가의정서 가입과 자국 내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포기를 약속해 ‘핵비확산의 골드 스탠더드’로 불렸다. 미국이 원자력 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사례는 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받는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이번 합의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기조와도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원전 협력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제외한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
핵확산 우려도 적지 않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사우디도 핵무기를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는 현재까지 IAEA의 강화된 사찰 체계인 추가의정서 가입도 거부하고 있다. 헨리 소콜스키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 소장은 WSJ에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을 허용받으면 UAE와 튀르키예, 이집트도 같은 권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의 핵 협정에서 조건을 완화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행정부는 미국이 사우디 핵 프로그램을 직접 관리·감시하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부시·오바마 행정부가 유지해 온 핵비확산 원칙에서 후퇴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 축소를 요구하면서 사우디에는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프로야구 경기나 대형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보행자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던 고척스카이돔 앞 교차로 등 서울 시내 교차로 5곳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생긴다.
서울시는 보행자가 멀리 돌아가거나 여러 차례 신호를 기다려야 했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연내 주요 교차로 9곳에 횡단보도를 확충한다고 21일 밝혔다.
고척스카이돔 앞 동양미래대 교차로와 청계광장 주변 모전교 남측과 북측(무교동 사거리), 구로디지털단지 하이엔드 교차로, 송파구 거여라이프아파트 교차로 등 5곳에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새로 만든다. 보행자는 신호 한 번에 원하는 방향으로 건널 수 있게 된다.
대표 사업지인 고척스카이돔 앞 교차로는 평소 학생들이 많이 오가고, 야구 경기나 대형 행사가 끝난 뒤에는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잡이 반복돼 왔다. 무교동사거리 등은 점심시간과 퇴근시간대 직장인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곳이다. 서울시는 대각선 횡단보도 신설로 횡단 대기와 불필요한 우회가 줄고, 보행 흐름도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대각선 횡단보도 확충 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후 시민들의 평균 이동 거리는 5.6m 단축됐고, ‘차 대 사람’ 교통사고는 27.3% 줄었다. 특히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의 우·좌회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행사고는 44.8% 감소했다.
대중교통 환승 수요가 많은 교차로 등 4곳에는 단절된 구간을 새로 연결해 우회해야 하는 불편을 줄인다. 노원역 교차로와 발산역 인근 강서구 그랜드마트 교차로는 기존 ‘ㄷ자형’ 보행 동선을 사방으로 건널 수 있는 ‘ㅁ자형’으로 개선한다. 동대문역 인근 청계6가 교차로와 금호중학교(옛 금호여중) 교차로 일대 역시 시민과 학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 확충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9개 대상지 횡단보도 확충 사업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시민들의 우회 보행 불편을 줄이고,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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