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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짭 [포토뉴스]봄비에 신난 새싹들, 우비 행렬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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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5-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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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짭 현대리나숲유치원 원생들이 12일 광주 북구의 한 공원에서 봄비를 맞으며 숲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를 해야 부정선거라고 하지.”
5월 9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열린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인 60대 남성 A씨는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손에 ‘부정선거 결사반대’ 팻말을 들고, “선거 앞두고는 이재명(대통령)을 까대기(비난)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귀환을 위해 “못마땅하지만 국민의힘을 찍겠다”고 말했다.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하지 않은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의 대안이 된 셈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1년, 극우·보수 진영이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제도권 침투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일부 ‘윤 어게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을 공천했고, 아스팔트 보수 진영에서도 국민의힘을 플랫폼 삼겠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온다. 12·3 불법 계엄 후 처음으로 수천명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이번 지선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의 회생’을 계획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선에서 ‘윤 어게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을 대거 공천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 이용(경기 하남갑), 박민식(부산 북구갑), 이진숙(대구 달성), 김태규(울산 남구갑), 김석훈(경기 안산갑)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당시 친윤(석열)계 혹은 공직자였다가 12·3 불법 계엄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용 후보가 문제”라며 “초선 때 그렇게(친윤) 했는데 공천을 해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광역단체장에서는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친윤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2·3 불법 계엄 당시 원내대표였던 그는 같은 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추 후보는 “누구도 표결을 방해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또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현직 시·도지사 11명을 그대로 공천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계엄 당일·직후 침묵하거나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초단체장 후보 중 노골적으로 윤 어게인 행보를 보인 이들도 있다. 박용선 포항시장 후보는 지난해 탄핵 국면 당시 윤 전 대통령 발언 내용을 SNS에 게시글 형태로 전하며 “탄핵 무효” 등 외쳤다. 또 ‘대통령은 내가 지킨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 어게인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철규 정선군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가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을 맡은 친윤 인사다. 강원랜드 사장 직무대행 시절인 2024년 12월 3일 불법 계엄 직후 ‘정치집회 참가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 윤 어게인 공천이 이뤄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당 지도부가 절윤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로서는 공천 기준으로 윤 어게인 인사를 배제할 명분도, 이유도 없던 셈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천을 받은 후보들 대부분은 공관위의 컷오프 없이 전략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치러 후보가 됐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월 8일 윤 어게인 공천이라는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 당협위원장 등은 윤석열 정부와 함께 싸워왔던 사람들”이라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공천했다는 그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가 외연 확장에 실패한 점도 윤 어게인 공천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월 29일 당원게시판 의혹을 이유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최종 확정했다. 당내 친한동훈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선거 국면에서 소극적 참여로 이어졌다. 여기에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민식 후보와 맞붙는다. 합리적 중도보수로 여겨지는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의 출마 요구를 거절했다.
외연을 확장할 인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선택한 건 인지도 있는 인물의 재기용이다. 16곳의 광역단체 중 11곳에 현직 시·도지사를 공천한 것이 그 결과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나 울산은 사정이 안 좋아서 이렇게 공천하지 않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득표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찾다 보니 그렇게(윤 어게인)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심의 우경화도 윤 어게인의 복귀에 일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천에서 경선을 치르는 경우 당원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했다. 일반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집계한다.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당심은 윤 어게인에 가깝게 우경화됐다. 실제로 계엄·탄핵 역풍이 거셌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김문수 당시 당대표 후보보다 더 강경하게 ‘반탄’(탄핵 반대)을 주장했던 장 대표를 선출했다.
보수 결집을 기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매한 중도 확장을 시도하는 것보다 차라리 극우 진영을 포섭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5월 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현재 민주당이 일방독주로 지금 가고 있지 않아서 균형을 좀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거리에서 투쟁하는 소위 ‘아스팔트 우파’의 선거 전략도 국민의힘을 향하고 있다. 5월 8일 유튜버 전한길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이하상 변호사(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등은 보수연합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진영의 연대를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전씨는 “보수 연합의 문호를 전면 개방하겠다”며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개별 후보들을 윤 어게인 진영으로 포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극우 표심만으로는 당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우리가 정치 플랫폼이 없다. 이걸 되찾아 와야 한다”며 “우리가 손은 국민의힘에 내밀겠지만 안 오면 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극우 연대가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표를 갈라먹을 수 있다고 압박해 향후 후보 단일화 등을 추진할 때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평택을의 경우 생각보다 보수세가 강하다”며 “여기서 황교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당선 가능성이 있으니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후보들은 실제 출마해 제도권 진입에 나섰다. 불법 계엄 당시 계엄군을 이끌고 국회에 진입했던 김현태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단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전씨는 “국민의힘 후보는 너무 인지도도 낮고 현재로서는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이 포기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인천 계양을에 황교안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낼 때 특보였던 심왕섭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공천한 바 있다.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도 일단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5월 9일 윤 어게인 집회에서 만난 윤 전 대통령 지지자 A씨는 “국민의힘이 못마땅하다”면서도 “무조건 2번(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양당 체제라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당은 국민의힘뿐이니 찍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역시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내 보수 진영이 100석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 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 악마화를 통해 국민의힘에 대한 투표를 유도하기도 했다. 윤 어게인 집회에 나선 한 연설자는 이 대통령을 욕하며 증오와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집회를 주최한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가 한 달이 안 남았다. 이 타이밍에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구호 중의 하나가 이재명 재판하라 아닌가”라며 “지금 그게 많이 먹히고 있다고 한다. 선거 앞두고는 이재명을 까대야(비판해야) 우리가 윤 어게인 할 수 있는 기초 발판이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역설적이게도 극우 부정선거론자들은 이번 지선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참여 자체를 부정선거 투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하상 변호사는 5월 8일 “이번에도 많은 후보를 내서 적들의 부정선거 작전을 교란하고, 또 당에서 투표해서 반드시 승리하고 선거 무효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부정선거 프레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선에 후보를 낸 정당과 후보는 투·개표 시 참관인을 둘 수 있고, 이의 신청 권한도 단순 유권자보다 더 폭넓게 보장된다. 지선 이후 부정선거 단서를 찾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선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지난 선거들에서도 참관인으로 투·개표 과정에 참여해 SNS 등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문제를 제기해 논란 확산을 시도했다.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 B씨는 “우리가 투표를 하고 나서야 그다음에 (문제가 있다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미·중 갈등의 일부로 보는 음모론자들은 미국이 투표에 개입해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김영윤 폴리티코정치연구소장은 지난 5월 5일 유튜브 채널 ‘한길뉴스’에 출연해 “부정선거 그거 해킹이지 않나. 미국에서 해킹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이버전에 미국의 개입이 있으면 이 게임은 괜찮은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에 회의적인 부정선거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지선에서 선방하거나 승리한다면 보수·극우 진영은 이를 ‘내란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선방할 경우) 계엄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퇴행적인 주장까지 할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지선은 계엄·탄핵으로부터 1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권 1년차에 대한 평가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코스피 7000시대가 열리면서 곳곳에서 축포와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5월 14일 기준 29만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32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94%인 약 54조원을 벌어들였다. 반도체 부문이 중심인 삼성전자 노조(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엄청난 성과와 실적의 뒤편에는 스러진 노동자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3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세 청년 김치엽씨가 그렇다. 치엽씨의 아버지인 김영구씨(58)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지난 5월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섰다. 김씨는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일터에서 벌어진 구조적 참사라며, 정식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업무상 재해)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주이면서 삼성전자 연구원 아들을 둔 김씨는 한때 삼성전자가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랬던 그는 이제 “100만 전자가 되면 과연 전 국민이 행복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삼성전자가 정말 자랑스러운 회사가 되려면 기업문화에서부터 모범이 돼야 한다”며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또 앞으로 근무하게 될 이들이 우리 아들과 같은 일을 겪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김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치엽씨를 “철이 일찍 들었던 아들”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치엽씨는 건강 문제 때문에 회사생활을 일찍 그만두게 된 김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은 부모에게 실망시키는 행동을 안 했다. 놔둬도 알아서 잘하니까 걱정이 없었다”며 “아주 곱게만 자란 것도 아니었고, 공대에서 밴드 동아리를 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도 있었다”고 했다. 치엽씨는 고려대 대학원 신소재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2024년 4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 설비혁신 연구개발을 담당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프로젝트 일을 했다.
치엽씨는 입사한 지 약 1년 만에 생을 마감했다. 김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평소 별달리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던 아들이 갑자기 죽음을 택한 것에 의문이 들었다. 생전의 인터넷 검색기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찾았다. 그 내용엔 치엽씨가 회사 생활과 관련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정황이 담겨 있었다. 2024년 12월 인터넷에 “과로 온몸 저림”, “회사만 오면 팔다리 저리고 가슴이 아픔”, “직장 내 괴롭힘”을, 2025년 1월 “마음이 지옥”, “회사에서 개털렸을 때” 등을 검색했다. 이 시기 다이어리엔 “사과문 제출”, “빨리 빨리 빨리 빨리”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치엽씨는 2025년 2월 병원에서 정서적 불안정 등의 이유로 직장제출용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럼에도 병가를 곧바로 쓰지는 못했고, 업무 스트레스는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치엽씨는 사내 면담에서 ‘마음건강 휴가(병가)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면 사용을 희망한다’고 말했고, 회사 담당자로부터 사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 시기 치엽씨가 인터넷에 “징계”, “인사 조치”, “회사에서 잘릴 거 같을 때”, “업무 집중 못 하는 직원 해고”, “해고, 징계, 인사발령 함부로 할 수 없어요-권리찾기 수첩”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다.
이후 3월 삼성전자 연계 병원에서 다시 우울증, 불안, 업무 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다. 의무기록지엔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받은 1순위로 일과 직업 관련된 항목을 선택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명이 빠지면 업무 공백이 많음”, “파트장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 “다른 사람들만큼 해야 한다”라는 말도 있다. ‘마음건강 휴가(병가)를 쓰려면 (병원에서) 3개월의 안정가료 소견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기 힘들다고 하더라’는 내용도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유족 질의에 치엽씨가 입사 전에도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고, 고충을 청취한 뒤 업무 조정을 통해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 사내 마음건강클리닉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을 것을 제안하며 병가·휴직 제도 활용이 가능함을 안내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임직원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내에 마음건강클리닉과 열린상담센터를 운영한다. 회사 내부 면담 내용을 보면 치엽씨가 ‘병가 사용에 따른 평판 악화가 걱정된다’고 하자, 담당자가 ‘입사 1년차 때 할 걱정은 아니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답변했다는 대목이 있다.
반면 유족 측은 치엽씨가 회사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으면서 정신건강이 악화했고, 회사가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프로젝트 발표가 있은 직후 자살 사건이 발생했고, 업무가 아닌 다른 자살 동기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엽씨가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직전 해인 2023년엔 반도체 산업이 고전하면서 ‘사상 최악의 적자’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전자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면서 위기감이 커졌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던 때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직원들에게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근 삼성전자 노조 측은 “(회사가) 고통을 분배하자며 성과급을 ‘0’이라고 했고 근로자들은 반발 없이 다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3880억원의 성과급을 임원진이 나눠 가졌다”며 “반도체 업계에선 인재를 얼마나 영입·확보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삼성전자 이직률이 높고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성과 창출에만 집중하던 회사의 분위기가 노동자가 아프더라도 쉴 수 없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김씨는 “가장 힘이 없는 말단 직원에게 가장 부하가 많이 걸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치엽씨가) ‘박사를 밟고 들어올 걸 그랬다’고 말해 신입사원인데 잘 모르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요. 요즘 실적 쪼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당시 워낙 SK하이닉스가 치고 나가니까 삼성이 비상인 상황이었는데 아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2024년 3월 금속노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반올림 등의 연구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자의 수면장애 비율은 65%, 우울증세 유병률은 45.8%로 일반 인구 평균보다 높았다. 최근 1년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은 9.3%,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 일하는 ‘프리젠티즘’ 비율은 52.8%였다.
병가·휴직을 권고했다는 회사 설명에 대해서도 김씨는 노동자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아프면) 일단 쉬게 하면 되는 것이고, 본인이 고집하면 가족들에게 요청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아이가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윗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의 행정을 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삼성전자 측이 유족에 답변한 자료를 보면 회사 직원들은 치엽씨의 집을 세 차례 방문했다. 출근하지 않는 치엽씨가 걱정돼 찾아갔다는 취지다. 사망을 처음 인지한 것도 회사 직원이었다.
유족을 대리하는 이성민 노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인의) 검색과 SNS 기록,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쉬어야 한다, 쉬고 싶다, 쉬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다른 말로 압박을 느끼게 한 상황으로 추정된다”며 “사업장 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가정했을 때 1년도 안 된 연구직 직원의 입장에서 (쉴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 노무사는 이어 “고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건강상태가 악화했고, 마음건강 휴가를 갈 수 있다면 가겠다고 이야기했고, 진단서까지 발급받았는데 회사가 사내 병원으로 돌려버렸고, 끝내 병가를 들어가지 못한 상태로 사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 자살이 산재로 인정되는 게 쉽지는 않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의 결과로 보지 않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몇년 사이 인정 범위는 조금씩 넓어지는 추세다. 2020년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서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바뀌었다. 미국 출장에서 영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입사 2년차 노동자에 대해 2024년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2심 법원은 “자살이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전통적 관점 대신, 자살에 이르게 만든 정신질환 등에 주목해 신체적 질병의 범주에 포섭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관점의 전환이 법령 개정이나 판례 경향의 변화에 반영됐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과 함께 삼성전자는 최근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입시에선 반도체 기업 계약학과가 인기를 끌고,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삼전 고시’를 본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AI 인재 확보를 위해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 말 기준 ‘쉬었음 청년’은 71만명으로 역대급 수치를 기록하면서 그 배경에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월 말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이 연 토론회에서 한 청년은 “운 좋게 대기업에 사무직으로 취직했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했다”며 “대기업에 취직하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하지만 일이 너무 많았다. 두세명 분의 일을 혼자 하면서 번아웃이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삼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재들이)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겠느냐. 기성세대가 반성하고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지난 5월 6일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네 가지를 요구했다. 고인의 업무 환경과 업무 압박에 대한 철저한 조사, 주거지 반복 방문 등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 조직 내부의 관리 방식과 지시 구조 공개, 아프면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보장이다. 또 이번 산재 신청이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기 위한 것임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앞을 지나던 행인이 ‘삼성 주가 떨어진다.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일도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 한 노동자의 죽음은 지워져도 되는 것일까.
김씨가 말했다. “프로보노 활동으로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하는데, 제가 가르치는 게 삼성 휴대전화예요. 저도 삼성 주식 갖고 있어요. 삼성의 유니버스(세계)를 부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삼성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입장이에요. 사람들은 삼성 주식이 60만 전자, 100만 전자 되기를 바라겠죠. 위대한 회사가 되면 나라에서도 고맙죠. 그런데 60만 전자, 100만 전자가 됐을 때 과연 전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단지 아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던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반성하고 정확한 시스템이 적용돼서 이런 죽음이 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거예요. 삼성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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