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의 문헌 속 ‘밥상’]빙수, 달콤한 전기가 등덜미로 달음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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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8-08 19:54본문
주재료는 얼음이다. 얼음이든 완성된 빙수든 한여름에 오래 견딜 수 없다. 그럼에도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제과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빙수를 설계·시공한다. 여기에 유지방이 껴들면 아이스크림이다. 청량음료·냉차·소르베(sorbet)·셔벗(sherbet)·아이스크림은 뒤섞여 있다가 빙수를 통해 의미 있게 분화했다. 빙과(氷菓), 곧 얼음과자의 영역에서 빙수의 의의다.
인공 제빙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빙수를 만들었을까? 사람의 꾀에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아득한 예부터 온 지구에 빙고(氷庫)가 있었다. 만년설의 얼음이든, 꽁꽁 언 강을 깨 켜고 캔 얼음이든, 빙고에 쟁였다가 온열질환에 약으로도 쓰고 빙과도 만들었다. 얼음 보관실의 마감이 석재면 석빙고, 토분이나 회면 토빙고, 목재면 목빙고다. 그 지붕을 짚이나 갈대나 왕골이나 띠로 덮은 빙고는 ‘초개빙고(草蓋氷庫)’라고 한다.
한반도는 어땠을까? 신라 때부터는 빙고를 써먹었다. 당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신당서> ‘신라전’에는 “여름에 음식물을 얼음 위에 둔다(夏以食置氷上)”는 구절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 11월 얼음을 저장한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장빙고(藏氷庫)’라는 시설 이름이 남아 있다.
19세기 말이 되자 한여름의 얼음은 인공 제빙 기술 덕분에 대중적인 빙과의 재료로 변신한다. 그러면서 권력자와 부자만 먹던 여름 빙수는 대중에게 퍼졌다. 식민지 시기에 얼음 공장이 돌아가던 서울·평양·인천·부산·마산·대구·영일·대전·원산·함흥·청진은 한반도에서 대중적인 빙수와 빙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더니 이런 ‘문자 먹방’까지 태어났다.
“얼음의 얼음 맛은 아이스크림에보다도 밀크세-키(셰이크)에보다도 써억써억 갈아주는 ‘빙수’에 있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 하얀 얼음 위에 유리같이 맑게 붉은 딸깃물이 국물을 지을 것처럼 젖어 있는 놈을 어느 때까지든지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 새빨간 데를 한술 떠서 혀 위에 살짝 올려놓아보라. 달콤한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하여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 것이다.”
“빙수에는 바나나물이나 오렌지물을 쳐 먹는 이가 있지마는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새빨간 딸깃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잡지 ‘별건곤(別乾坤)’ 1929년 제22호 속 ‘빙수’의 몇 문단이다. 글쓴이는 사회운동가이자 어린이 문학가인 방정환. 이 꼭지는 ‘파영생(波影生)’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 빙수는 이렇듯 운동가한테서, 운동가의 모습을 얼른 떠올리기 힘든 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빙수는 먹을거리의 관능과 감각의 표현에서 전에 없던 수사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빙수가 빙수 한 그릇으로 다가 아니었다.
“한창 더울 때 옥상 바로 아랫방은 40도까지 올라갔어. 전기요금이 비싸서 에어컨은 마음 놓고 켤 수도 없고, 정말 힘들어. 그래도 옥상 바닥에 페인트칠을 했더니 전보다는 나아.”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성동구 송정동의 한 단독주택. 옥상에 오르자 달궈진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30년째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이영란씨(71)는 지난 6월 옥상 바닥에 차열 페인트를 칠했다. 장애가 있는 이씨 부부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선정돼 성동구에서 무상으로 도장 작업을 지원받았다.
차열 페인트 도장(쿨루프)은 집 옥상과 지붕에 열차단 기능성 페인트를 칠해 태양광을 반사하고 열의 유입을 차단하는 작업이다. 차열 페인트 작업만으로 실외 온도는 10도 이상, 실내 온도는 3도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 사업은 정부의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중 하나다. 사업비는 정부(국비)와 지방자치단체(지방비)가 절반씩 분담한다. 지자체가 신청하면 환경부가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를 정한다. 차열 페인트 도장과 야외근로자 쉼터, 그늘막·쿨링포그 등 폭염대응 시설 조성사업이 포함된다.
인근 단독주택에 사는 유후자씨(85)도 차열 페인트로 숨통이 트였다. 옥탑방까지 모두 6가구가 사는 집인데 생각보다 열 저감 효과가 커 세입자도 만족도가 높다. 유씨는 “더워서 힘든데 나라 도움을 받으니 그래도 살 만하다”며 “전보다 훨씬 시원한 거 같아 형편이 비슷한 이웃들에게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 이웃들이 올해 추가로 혜택을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업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성동구에서는 88가구가 서울시에 차열 페인트 도장 지원사업을 신청했지만 20가구만 선정됐다.
여름철 극심한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관련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예산은 3년째 제자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요 계속 늘어…환경부 “예산 확대 협의 중”
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47억5000만원 수준이었던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예산은 2023년 95억원으로 증액된 뒤 3년째 제자리다. 신청 금액이 예산 규모를 웃돌면서 올해 각 지자체가 신청한 금액의 절반 수준인 52%만 실제 지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신청 내역을 보면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대응 쉼터 조성(60건·79억4500만원), 취약가구·시설 차열 페인트 도장(59건·47억5600만원) 등 총 157건, 179억4800만원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실제 지원한 금액은 올해 예산 한도인 95억원(89건)으로 신청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폭염 피해가 매년 커지고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는 ‘기후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통령·환경부 장관·광역자치단체장에게 기후위기로 인해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사업은 사업 집행률 90%에 이르는 주요 사업”이라며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내년 예산 책정을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손목 절단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충남 천안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6일 광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42분쯤 광주 광산구 평동의 한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 설비에 양손이 끼어 손목 등이 절단됐다.
출동한 구급대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하며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상무병원, 광주병원 등에 이송 가능 여부를 타진했지만, 수술 진행 중 등을 이유로 모두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구급대는 2시간 뒤인 오후 4시45분쯤 헬기로 환자를 충남 천안의 한 병원으로 이송해 봉합 수술을 받게 했다. 환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대병원은 당시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 중이어서 즉시 처치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조선대병원은 교대 근무 등으로 이송 불가 판단 경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거대한 두 눈의 외계인이 사는 공중. 그 무량한 곳에서 나오는 톱니바퀴 같은 더위가 전신을 꽉꽉 찔러댄다. 땡볕의 나날, 요즘 가장 각광받는 장소 중 하나는 나무 아래일 것이다. 저 집요한 태양도 어쩌지 못하는 곳. 문명사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곳도 보리수, 공자가 제자를 길러낸 곳도 은행나무 아래 아닌가. 인류는 그늘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부채 하나 들고 나도 나무 아래로 내려가 나무에 관한 오래된 생각을 구슬려본다.
나무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나무에 대한 시도 흔하고 우리 안의 폭력성을 견딜 수 없어 나무가 되려는 인간을 다룬 소설도 있다. 나무 동화도 많다. 그러나 이 모두는 부분적인 것이다. 나무를 옆에서 보고 나무의 일부를 다룬 것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구름은커녕 전봇대보다 낮은 키의 나는 아직 나무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식물성이 우리를 구원한다지만 나무라고 완결된 존재일 리는 없다. 또 어디로 가야 한다.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로 시작하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고등학생 때 배운 시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갈림길. 생의 굽이마다 외면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선택한 것에 대한 회한이 짙게 풍긴다. 나무는 좀 다르다. 가지는 수시로 갈림길을 만들지만 하나도 내치지 않는다. 묵은 갈림길에서 또 새로운 갈림길. 스스로 낸 길을 다 품기에 나무는 저 우아한 수형과 원만한 자세를 가지게 되었는가. 발을 버리고 뿌리를 얻어 도달한 경지.
난 겨우 내 깜냥의 앞과 겉을 조금 보았을 뿐이다. 내 아무리 곁에서 서성거려도 나무는 딴청 부리지 않는다. 나무의 앞은 길바닥이 아니라 공중에 있다. 입도 발도 없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나무의 길. 공중으로 난 길 없는 길을 촘촘히 걸어가는 세상의 나무들.
거대한 우주의 일원인 이 공간은 갈비뼈처럼 둥글게 휘어져 있다고 한다. 비도 비스듬히 내리고 빛도 비슷하게 쏟아진다. 해 질 녘 소행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어린 왕자. 지구와 이웃한 별들 사이 움푹한 공간에 맞춰 휘어져 똑바로 행진하는 나무를 그가 발견하고 영접하리라.
제2차 세계대전 후 초기 브레턴우즈 체제를 규율했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자유무역을 지향했다. 수차례 협상을 거치며 관세 장벽은 점차 낮아졌다. 하지만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를 주도했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영향으로 당시만 해도 무역은 국가적 규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여건과 발전 모델을 기준으로 최적의 통상 정책 조합을 찾는 과제를 중시했다. 대공황과 파시즘, 세계대전을 초래했던 20세기 초의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면서도, 개별 국민국가의 자율적인 정책 선택의 공간을 확보하려던 의도였다. 케인스가 끝내 관철시킨 자본 통제가 아니었더라면 그와 같은 관리된 자유무역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변화는 세계 자본주의가 황금기를 마감하고 축적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개입과 자본 통제에 반대하며 무역이나 자본 이동은 더 이상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고삐 풀린 자유무역으로의 전환은 시장원리주의 경제학의 찬사 속에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과 이듬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초국적 기업과 금융자본의 지배력을 제한하던 견제 장치들이 풀려나갔다. 1999년 시애틀 전투로부터 2002년 포르투알레그리 포럼까지 세계 민중이 곳곳에서 세계화 반대의 봉화를 올렸던 배경이다.
그렇다면 상전벽해처럼 트럼프의 고율 관세와 투자 강압 탓에 자유무역이 사실상 종언을 고한 오늘, ‘다른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투쟁해온 진보 정치의 대안적 통상 질서는 어떤 내용을 갖춰야 하는가.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지난 7월10일 한국 금속노조가 주최하고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 관계자들이 참석한 트럼프 정책 토론회에서는 한·미 양국 노동자들 사이에서 그 질문에 대한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토론회에서 필자는 트럼프의 조치가 국제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해치며 자국의 모순을 종속국에 전가하는 제국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UAW 노동자들부터 트럼프 반대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UAW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겪어온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필자가 지난 4월 ‘경제직필’ 칼럼에서 언급한 ‘관리되는 자유무역’에 공감을 표했다.
관리되는 자유무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이 2001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어느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것처럼 각국이 분배 개선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자유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통상 질서다. 21세기적 맥락에서, 관리되는 자유무역이란 곧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보다는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경로를 찾는 데에 통상 정책의 목표를 두는 질서를 의미한다. 물론 그것은 자본 이동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적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초국적 자본의 입맛대로 투자 규칙을 정하거나 국민국가의 역할을 제한하는 불평등 조약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관리되는 자유무역은 또한 글로벌 사우스의 힘없고 가난한 나라들이 더는 강대국들이 정한 규칙에 수동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자국 민중을 위한 무역 정책과 산업 정책을 자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질서여야 할 것이다. 그들이 교역과 자본 이동을 둘러싼 국제 규범의 형성에 직접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1964년 창설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남미 경제학자 라울 프레비시 등의 노력에 힘입어 제3세계 국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을 위한 관세상 특혜를 규범화했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케인스가 무역과 금융에 대한 규제를 제안하던 당시 그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새로운 다자주의적 세계 화폐로 ‘방코르’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방코르의 도입 목적은 국가 간 무역 불균형의 누적을 국제기구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예방하고자 함에 있었다. 다만 미국 대표단이 케인스의 제안에 반대하며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협상 결과는 케인스가 자본 통제를 지켜내기 위해 달러 패권에 합의해준 셈이었다. 세계 민중은 지난 수십년간 달러 패권의 부작용을 경험해왔다. 오늘의 트럼프 관세 정책도 그 결과 중 하나다. 진보 정치의 대안적 통상 질서에서 다자주의적 세계 화폐가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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