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형사변호사 [여성은 ‘우울’을 먹고 자란다]“딸이니까” “여자라서”…내가 나인 게 문제라면 뭘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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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12-24 21:49본문
여성 청년의 우울은 쉬이 성인기에 겪는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우울의 원천을 아동·청소년기 기억에서 찾았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실명과 활동명, 익명이 섞여 있다.
A씨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외도를 일삼았다. 안방에선 매일같이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비명 소리,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눈을 부라리던 얼굴과 부엌 바닥에 남은 칼자국”은 A씨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 28명 중 A씨처럼 아동·청소년기 가정에서 정서적·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이는 13명이었다. 이들은 가정 내 갈등을 완화하고 가족의 감정을 관리하는 ‘딸’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A씨, 규영(32), 여름(33)은 부모와 친척에게서 “네가 딸이니 애교를 부려 분위기를 풀어라” “착하게 굴어야 한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
남동생이 있는 노을(32)은 어머니로부터 “집안의 기둥은 남자다”란 말과 “엄마가 없을 땐 네가 엄마다”란 말을 동시에 들으며 자랐다. B씨(32), 수빈(20)도 “장녀로서 뭐든지 열심히 하고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컸다. ‘가족을 돌보는 딸’이란 요구는 여성의 교육·고용이 점차 확대되던 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시기와 맞물리면서 ‘성과를 내는 자식’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C씨(25)는 “맏이가 아들이어야 했는데 딸이라서 나는 ‘가성비 좋은 자랑거리’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D씨(32)는 “중학교 때부터 새벽 버스를 타고 학원을 다녀야 했고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역할을 통제하는 말들은 태도·능력에 그치지 않고 외모·성격·진로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빈은 중학생 시절 운동을 배웠고 머리 길이가 짧아 주변으로부터 “여자애가 왜 그러냐”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여자애가 무슨 운동이냐”(E씨·23), “여자애가 조신해야지”(F씨·30), “여자는 시집가서 애 낳는 것이 할 일”(G씨·30대 초반), “여잔데 왜 안 꾸미냐”(H씨·29), “여자는 허벅지가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안 된다”(노을)는 말들은 여성이 입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통제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적 없는 기억”(규영),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던 기억”(B씨)은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과도한 완벽주의를 낳았다. 여성들은 작은 실패도 ‘내가 모자라서’ ‘내가 게을러서’란 말로 자책했다. 이러한 강한 자기혐오는 자해·자살 충동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충동이 오는 순간’을 설명하며 “모든 문제의 시작이 나라서”(노을), “나는 보잘것없는 쓰레기니까”(A씨),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해서”(J씨·34) 등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기혐오감을 고백했다.
뉴스 속 ‘피해자’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통계를 보면 성폭력 범죄는 7년간(2015~2022년) 32.6% 증가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는 2.5배로 늘었다. 10년간(2013~2022년)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은 여성이었고, 20~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성폭력 피해 경험은 여성의 우울을 증폭시켰다. 청소년 때부터 자살 충동을 겪은 멍(22)은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 “더러운 몸에 갇혀 있는 느낌, 여기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층 더 복잡하고 강렬한 충동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지하철이나 공연장 등 남성과 조금이라도 몸이 닿는 공간에 가면 속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쏟아지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도 겪었다. 자유별(35)은 “매일 역겨운 감정을 안고 살아왔고 가해자를 마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자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모·성격 등을 통제당하며 형성된 낮은 자존감은 여성들이 성범죄 피해를 겪은 뒤 자신을 탓하도록 만들었다.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K씨·23), “여자니까 피해자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L씨·24) 등 여성의 피해를 축소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을 들어온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피해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M씨(36)는 데이트폭력을 행사한 남성 애인과 헤어진 뒤 자신을 탓하며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내가 예민해서”(윤·28), “내가 모자라서”(H씨) 범죄를 겪었다는 생각은 자기혐오와 더 깊은 우울로 이어졌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여성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28명 중 18명은 성범죄·성차별의 일상적 위협이 우울의 원인 중 하나라고 답했다. N씨(25)는 “여성 상대 범죄 뉴스를 보면 내 일처럼 느껴져서 일상을 살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제 내 가슴에 칼이 꽂혀도 세상이 보호해주지 않을 것 같을 때”(O씨·25), “여성이 성범죄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통계를 볼 때”(P씨·10대) 여성들은 피해자의 자리에 자신을 겹쳐 봤다.
여성 청년들은 노동환경의 성차별에도 무력감을 느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꾸준히 높아져 2023년 54.1%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성별 임금격차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3월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61.1%)이 승진·배치에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76.5%가 ‘격차가 있다’고 답해 남성(48.6%)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 청년들은 학교에선 성평등 교육을 받고 가정에선 ‘성취’를 강요받으며 자라왔다. 이로 인해 평등 의식과 능력주의가 내면에 자리하게 됐지만 현실은 이러한 인식과 괴리가 컸다. “이공계열 국제학회 발표를 앞두고 ‘여자라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C씨), “임용을 준비하는데 남성이라는 이유로 면접관들이 더 좋게 봐준다는 얘기를 접했다”(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은 차별을 목격하거나 겪었다.
반복된 폭력과 차별 속에서 형성된 우울감은 여성들의 존재 근거를 흔들었다. “SNS에 우울하다는 글을 쓰면 성인 남성들이 연락해오는 것을 보고 ‘사람’이기 전에 ‘여자’로 받아들여진다는 무력감을 느꼈다”(Q씨·17), “여성이라는 것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 죽고 싶어진다”(멍), “반복된 성범죄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자유별) 등 구조적 성폭력·성차별은 ‘여자라서 죽고 싶다’는 정서로 이어졌다. 차별과 폭력이 과거의 상처에 머물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여성들의 우울은 깊어졌다.
가랑비 같은 우울은 파도가 됐다
우울은 여성의 삶 전반에 서서히 스며들며 균열을 만들었다. “너무 다양한 일을 겪어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꼽기 어렵다”는 G씨의 말처럼, 여성의 우울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구조적·사회적 경험과 깊이 얽힌 복합적인 현상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여성 청년의 우울을 사회가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찬호(19)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과 사회에서 들은 말과 당한 행동들은 자아에 타격을 주기 마련”이라며 “여성 청년들이 많이 죽는 건 구조적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규영은 “‘여성다움’ ‘남성다움’으로 억압당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우울할 수 있다”며 “다만 여성이 겪는 차별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이 우울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자신의 삶에 우울이 파고든 과정을 “가랑비에 젖는 모습”(L씨), “파도가 바위를 깨트리는 모습”(B씨)으로 비유했다. 가랑비에 젖지 않기 위해, 파도에 부서지지 않기 위해 여성들은 결국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F씨의 말이다. “우리가 학교와 직장에서 듣고 경험하는 부당한 일을 개인의 민감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떤 문제든 직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제 직면할 시간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공세에 격전지 중 한 곳인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 종전 협상에서 ‘영토 양보는 없다’고 못 박아온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의 주요 요새를 잃어 협상력이 한층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상대로도 대대적 공습에 나서면서 ‘크리스마스 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병사들 생명과 부대 전투력을 보존하기 위해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며 “러시아 점령군이 병력과 장비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도시는 우리 군 사격 통제 아래 있다”며 “도시에 남아있는 점령군을 격퇴하고 그들의 물류망을 차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시베르스크에서 최근 몇 주째 격렬한 전투를 이어왔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 시베르스크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철군 소식을 밝힌 데 비춰보면 이 지역은 러시아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고지대에 있는 시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통제권을 유지 중인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안스크에서 약 30㎞ 떨어진 곳으로, 두 도시를 방어하는 거점 요새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포기하라는 러시아 요구에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시베르스크 함락으로 도네츠크에 남은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들이 러시아군 공격에 더 위태로워졌다. 그동안 “러시아가 많은 땅을 차지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재차 영토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시베르스크 철수 소식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격전지뿐 아니라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새벽 러시아군이 무인기(드론) 365대와 미사일 30개 등으로 우크라이나 지역 최소 13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4세 아동을 포함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서부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어 각지에선 정전이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전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표단이 지난 19일부터 미 마이애미에서 연쇄 회동하며 종전 협상을 이어가는 중에 이뤄진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란 것을 재차 보여준다. 러시아는 앞서 크리스마스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숨 돌릴 틈을 줄 뿐이라며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안전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벌인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살상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재판이 24일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이날 오후 2시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의총 장소를 바꿨다는 혐의를 받는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15분쯤 뒤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0시46분 국민의힘 의총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가 이후 1시간30분 동안 3차례에 걸쳐 당사와 국회로 바꿨다. 그 결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추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90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결됐다.
추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11시22분쯤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이 통화에서 그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결 방해 지시를 받았다고 의심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추 전 원내대표에게 계엄이) 오래 안 갈 것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하여튼 잘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의총 장소를 변경 고지하면서 안건을 알리지 않은 점, 의총 주재자임에도 당사로 의총 장소를 바꾸면서 본인은 당사로 이동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그가 실제로 의총을 개최할 생각이 없었다고 본다.
특검은 추전 원내대표를 기소하며 “국회 운영에 대한 최고 책임을 가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유지 의사를 조기에 꺾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무장한 군인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는 상황을 목도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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