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소년사건변호사 ‘살인죄 무죄’로 뒤집힌 ‘36주 임신중지’ 산모…법원 “태아 살해 고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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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7-25 04:16본문
수원소년사건변호사 ‘36주 임신중지’ 경험을 유튜브에 올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산모 권모씨에게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술 당시 권씨는 태아가 사산된 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용석)는 23일 권씨 등의 살인 혐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 윤모씨에겐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에 추징 900만원을,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모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모두 1심보다 감형된 것이다. 윤씨에게 환자들을 소개하고 알선비를 챙긴 한모씨 등 브로커 2명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권씨가 2024년 6월 유튜브에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권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수사 결과 윤씨와 심씨는 임신 34~36주차인 권씨의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적어 사산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산모 권씨에게 태아를 살인할 고의가 있었는지다. 앞서 1심은 권씨가 수술 전 태아 심박수가 정상인 것을 알고 있었던 점, 사체 처리에 동의한다는 서류에 서명한 점, 어떤 과정을 거쳐 사산했는지 관심 갖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미필적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윤씨에게는 징역 6년, 심씨에게는 징역 4년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권씨에게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고 결론냈다. 수술할 때 태아가 뱃속에서 사산된 상태로 배출된다고 알았을 뿐이고, 산 채로 모체 밖으로 나온 태아를 의사가 살해할 줄은 몰랐다는 권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권씨가 지인을 통해 브로커들에게 ‘아이가 사산되어 나오는지 물어봐달라’고 했고, 브로커가 ‘그렇다’고 답한 점을 들어 권씨가 정확히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고 판단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브로커가 의료진에게 문의하지도 않고 답했다는 것을 권씨가 알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술 당시 태아가 살아있는 채로 나왔는지를 적극적으로 의료진에게 확인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이는 브로커를 통해 이미 사산돼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씨가 수술 전 태아 처리 절차를 병원에 위임한다는 동의서를 쓰긴 했지만, 이 역시 살아서 나온 태아를 의료진이 살해한다는 것을 용인한 정황으로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임신 34~36주차로 추정되는 2024년 6월21일에야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6월25일 이 사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수술까지 짧은 시간 동안 고주차 산모의 임신중절에 대한 구체적 방법과 의학적 지식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술 이후 자신의 모습과 수술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는데, 만약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와 살해될 거라는 점을 알았다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에 영상을 게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부는 병원장 윤씨와 집도의 심씨에 대해서도 “살인은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지 결정할 권리는 헌법상 자기결정권에 해당하고, 해당 수술은 산모의 의사에서 비롯한 범행인 점은 양형에 참작했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1심 때부터 권씨의 무죄를 탄원한 시민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재판부가 주문을 읽자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권씨의 변호인 김명선 변호사는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산모 개인의 형사처벌을 무죄로 바꿨다는 데만 의의가 있지 않다”라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계속되는 입법 공백 속에서 의료계와 산모, 일반 시민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지고 있는지를 잘 짚어준 판결”이라며 밝혔다. 이어 “이 판결을 통해 임신중지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더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정부와 입법부에서도 조속히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국회에서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적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근대 학교는 대량의 시민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성공적인 사회적 발명이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 연령별 학급, 시험과 자격증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 가장 적합한 제도였다. 문제는 이 모형이 너무 성공적이었다는 데 있다. 학교교육을 통한 사회적 성공의 반복적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식 배움을 가장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학습이라고 믿는 교육적 아비투스를 형성하게 했고, 이러한 성향은 ‘무엇을 교육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교육의 인지문법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가 ‘교육사회’이다.
인공지능(AI) 시대는 과거의 ‘교육사회’ 모형을 수정·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지식의 생산과 전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초고령사회와 직업의 급속한 전환은 생애 초기에 받은 교육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모델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학습’이 됐다. 하지만 교육개혁은 늘 과거의 ‘교육사회’ 모형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모형의 문제이다.
이 점에서 ‘교육사회에서 학습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슬로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교육사회에서의 교육정책은 학교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예산도 학교를 통해 배분되며, 능력도 학력과 자격증으로 평가된다. 반면 학습사회 모형에서는 개인의 전 생애가 학습의 과정이다. 학교는 수많은 학습공간 가운데 하나이며, 국민은 언제든 새로운 직업 역량을 형성하고, 생활에서 체험하고 경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사회의 핵심 과제가 된다. 산업사회가 학교를 탄생시켰듯이, 새로운 사회환경은 새로운 학습 중심 체계를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발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여년 전 탄생한 평생교육법의 기본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 법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평생교육법이 선언한 ‘학습사회’ 개념은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구체제적 잔향으로만 남았고, 평생학습은 사회 전체의 학습원리를 재구성하기보단 단지 학교학습을 보완하는 주변 영역으로만 인식됐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학습하고, 체험이 인정받는 학습 체계이다.
오늘날 교육사회에서 학습사회로의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인공지능, 초고령사회, 노동시장의 재편, 평생에 걸친 경력 전환은 기존 교육모형이 더 이상 사회를 조직하기 어려운 역사적 임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체계는 이전의 균형을 포기하고 새로운 질서로 이동한다. 기존 교육사회는 바로 그 역사적 임계점 위에 서 있다. 커즈와일이 말한 기술적 특이점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기존의 교육사회가 학습사회로 넘어가는 이 전환은 단순한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 체계의 진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며, 일종의 ‘사회적 특이점’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때 학습사회는 정책 차원을 넘어 새로운 교육 체계 진화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이제 학습사회가 상징적 차원을 넘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이것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습사회는 학습이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운영원리가 되는 사회이며, 인간의 학습은 헌법적 존엄성과 사회적 권리에 기반한 기본권으로서, 모든 사회경제 정책의 영역들을 넘나드는 통합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회적 활동이 된다. 학교교육은 여전히 학습을 위한 하나의 핵심적 제도이지만, 학습사회 모형에 맞도록 세밀하게 해체되고 재구성돼야 한다. 교육이 교사, 강의, 평가 중심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교육주의적 발상이다.
학습사회 개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기본소득과 기본돌봄이 인간다운 삶의 물질적 기반을 보장한다면, 학습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역량의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 기본사회 개념과 학습사회 개념은 서로 맞물리면서 물질적 안전망과 보편적 학습권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결합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학습의 어머니로서의 이른바 ‘학습기본법’이 필요할 수 있다. 학습기본법은 시민의 생애보편적 학습권을 보장하는 한편 학교교육을 포함한 형식학습과 직업훈련·성인교육 등의 비형식학습, 인공지능 기반 무형식학습 등을 생애 학습 체계로 묶어내는 차세대 학습사회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다. 과거 교육법이 산업시대의 교육사회를 열었다면, 학습기본법은 인공지능 시대의 학습사회를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1979년 ‘YH 사건’ 당시 경찰 폭행으로 중상을 입었던 김형광 전 국회의원이 21일 별세했다고 유족이 22일 전했다. 향년 91세.
경기공고와 고려대 법정대를 졸업한 고인은 신민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1979년 10대 총선에서 의정부·양주·파주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985년 12대 국회에서 신한민주당 소속으로 다시 당선됐다.
고인은 1979년 8월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무역 여성 노동자 강제해산 과정에서 경찰에 폭행당해 중상을 입었다. 이틀 뒤 링거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신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이후 통일민주당 등에서 활동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용석)는 23일 권씨 등의 살인 혐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 윤모씨에겐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에 추징 900만원을,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모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모두 1심보다 감형된 것이다. 윤씨에게 환자들을 소개하고 알선비를 챙긴 한모씨 등 브로커 2명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권씨가 2024년 6월 유튜브에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권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수사 결과 윤씨와 심씨는 임신 34~36주차인 권씨의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적어 사산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산모 권씨에게 태아를 살인할 고의가 있었는지다. 앞서 1심은 권씨가 수술 전 태아 심박수가 정상인 것을 알고 있었던 점, 사체 처리에 동의한다는 서류에 서명한 점, 어떤 과정을 거쳐 사산했는지 관심 갖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미필적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윤씨에게는 징역 6년, 심씨에게는 징역 4년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권씨에게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고 결론냈다. 수술할 때 태아가 뱃속에서 사산된 상태로 배출된다고 알았을 뿐이고, 산 채로 모체 밖으로 나온 태아를 의사가 살해할 줄은 몰랐다는 권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권씨가 지인을 통해 브로커들에게 ‘아이가 사산되어 나오는지 물어봐달라’고 했고, 브로커가 ‘그렇다’고 답한 점을 들어 권씨가 정확히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고 판단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브로커가 의료진에게 문의하지도 않고 답했다는 것을 권씨가 알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술 당시 태아가 살아있는 채로 나왔는지를 적극적으로 의료진에게 확인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이는 브로커를 통해 이미 사산돼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씨가 수술 전 태아 처리 절차를 병원에 위임한다는 동의서를 쓰긴 했지만, 이 역시 살아서 나온 태아를 의료진이 살해한다는 것을 용인한 정황으로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임신 34~36주차로 추정되는 2024년 6월21일에야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6월25일 이 사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수술까지 짧은 시간 동안 고주차 산모의 임신중절에 대한 구체적 방법과 의학적 지식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술 이후 자신의 모습과 수술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는데, 만약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와 살해될 거라는 점을 알았다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에 영상을 게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부는 병원장 윤씨와 집도의 심씨에 대해서도 “살인은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지 결정할 권리는 헌법상 자기결정권에 해당하고, 해당 수술은 산모의 의사에서 비롯한 범행인 점은 양형에 참작했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1심 때부터 권씨의 무죄를 탄원한 시민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재판부가 주문을 읽자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권씨의 변호인 김명선 변호사는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산모 개인의 형사처벌을 무죄로 바꿨다는 데만 의의가 있지 않다”라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계속되는 입법 공백 속에서 의료계와 산모, 일반 시민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지고 있는지를 잘 짚어준 판결”이라며 밝혔다. 이어 “이 판결을 통해 임신중지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더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정부와 입법부에서도 조속히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국회에서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적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근대 학교는 대량의 시민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성공적인 사회적 발명이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 연령별 학급, 시험과 자격증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 가장 적합한 제도였다. 문제는 이 모형이 너무 성공적이었다는 데 있다. 학교교육을 통한 사회적 성공의 반복적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식 배움을 가장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학습이라고 믿는 교육적 아비투스를 형성하게 했고, 이러한 성향은 ‘무엇을 교육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교육의 인지문법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가 ‘교육사회’이다.
인공지능(AI) 시대는 과거의 ‘교육사회’ 모형을 수정·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지식의 생산과 전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초고령사회와 직업의 급속한 전환은 생애 초기에 받은 교육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모델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학습’이 됐다. 하지만 교육개혁은 늘 과거의 ‘교육사회’ 모형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모형의 문제이다.
이 점에서 ‘교육사회에서 학습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슬로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교육사회에서의 교육정책은 학교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예산도 학교를 통해 배분되며, 능력도 학력과 자격증으로 평가된다. 반면 학습사회 모형에서는 개인의 전 생애가 학습의 과정이다. 학교는 수많은 학습공간 가운데 하나이며, 국민은 언제든 새로운 직업 역량을 형성하고, 생활에서 체험하고 경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사회의 핵심 과제가 된다. 산업사회가 학교를 탄생시켰듯이, 새로운 사회환경은 새로운 학습 중심 체계를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발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여년 전 탄생한 평생교육법의 기본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 법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평생교육법이 선언한 ‘학습사회’ 개념은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구체제적 잔향으로만 남았고, 평생학습은 사회 전체의 학습원리를 재구성하기보단 단지 학교학습을 보완하는 주변 영역으로만 인식됐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학습하고, 체험이 인정받는 학습 체계이다.
오늘날 교육사회에서 학습사회로의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인공지능, 초고령사회, 노동시장의 재편, 평생에 걸친 경력 전환은 기존 교육모형이 더 이상 사회를 조직하기 어려운 역사적 임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체계는 이전의 균형을 포기하고 새로운 질서로 이동한다. 기존 교육사회는 바로 그 역사적 임계점 위에 서 있다. 커즈와일이 말한 기술적 특이점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기존의 교육사회가 학습사회로 넘어가는 이 전환은 단순한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 체계의 진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며, 일종의 ‘사회적 특이점’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때 학습사회는 정책 차원을 넘어 새로운 교육 체계 진화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이제 학습사회가 상징적 차원을 넘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이것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습사회는 학습이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운영원리가 되는 사회이며, 인간의 학습은 헌법적 존엄성과 사회적 권리에 기반한 기본권으로서, 모든 사회경제 정책의 영역들을 넘나드는 통합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회적 활동이 된다. 학교교육은 여전히 학습을 위한 하나의 핵심적 제도이지만, 학습사회 모형에 맞도록 세밀하게 해체되고 재구성돼야 한다. 교육이 교사, 강의, 평가 중심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교육주의적 발상이다.
학습사회 개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기본소득과 기본돌봄이 인간다운 삶의 물질적 기반을 보장한다면, 학습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역량의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 기본사회 개념과 학습사회 개념은 서로 맞물리면서 물질적 안전망과 보편적 학습권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결합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학습의 어머니로서의 이른바 ‘학습기본법’이 필요할 수 있다. 학습기본법은 시민의 생애보편적 학습권을 보장하는 한편 학교교육을 포함한 형식학습과 직업훈련·성인교육 등의 비형식학습, 인공지능 기반 무형식학습 등을 생애 학습 체계로 묶어내는 차세대 학습사회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다. 과거 교육법이 산업시대의 교육사회를 열었다면, 학습기본법은 인공지능 시대의 학습사회를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1979년 ‘YH 사건’ 당시 경찰 폭행으로 중상을 입었던 김형광 전 국회의원이 21일 별세했다고 유족이 22일 전했다. 향년 91세.
경기공고와 고려대 법정대를 졸업한 고인은 신민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1979년 10대 총선에서 의정부·양주·파주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985년 12대 국회에서 신한민주당 소속으로 다시 당선됐다.
고인은 1979년 8월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무역 여성 노동자 강제해산 과정에서 경찰에 폭행당해 중상을 입었다. 이틀 뒤 링거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신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이후 통일민주당 등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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